수면에 운행하신 성령님

성경은 구속의 책이다. 그래서 역사, 문학, 고고학, 과학을 알려고 연구하면 그 진의를 보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 연구는 할 수 있으나 성경이 목표로 하는 바는 구속(redemption)임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죄에 빠진 자기 백성을 어떻게 구원하려 하셨는가에 주안점을 둔 특별계시인 생명책이기 때문이다.

첫 장을 열면, 첫 번 대하는 구속의 흐름을 창세기 1:2절에서 만난다. “여호와의 신이 수면에 운행하시니라”고 한다. 우리는 운행했다는 말을 공허하고 혼돈하고 깊은 흑암 안의 물 위를 왔다 갔다하는 식으로 쉽게 생각한다. 여기 운행했다(hovering)는 “메리헤펱(히브리어)”이란 말은 암탉이 따뜻한 부화 온도에 맞추어 계란을 품고 부화시키듯 성령 하나님이 창조의 역사에 맞는 뜨거운 애정과 능력으로 감싸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 어두운 곳, 무질서 한 곳을 붙들고 계셨음을 뜻한다. 마치 흑암에 있는 우리 영혼을 사랑으로 붙들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하신 것처럼 말이다.(엡 2:1-2) 이것은 창조 전의 존재한 무궁세계를 생각하게 한다. 창조의 알파이신 성삼위 하나님은 요한복음 1:1에서 가리키는 대로 태초 곧 영원 전에 계셨다. 그만이 존재하는 분이셨다. 바로 그 분이 이 어두운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다.

창조는 성령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성부는 계획하시고 성자는 성취하시고 성령은 적용하심으로 하나님 성품으로 가득 찬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첫 창조 때 벌써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났듯이 둘째 창조인 그리스도의 구속에는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성령 하나님의 창조의 적용은 벌써 구속의 역사를 예상하는 적용이다. 모세가 영감에 사로잡혀 기록할 때의 창조 기사는 뜻 없이 나열한 것이 아니다. 바로 구속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하나님의 구속의 목표, 구속의 내용, 구속의 모형은 바로 성령의 영광(The Glory of Spirit)이었다. 다시 말하면 성령의 영광의 모습을 이루심이 하나님의 경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만물과 인간의 형상 속에서 그 모습을 발견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은 자기 영광을 이 땅에 드러내시고자 하신 것이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이고 섭리의 목표이고 구속의 목적이란 말이다.

은밀한 가운데 무한한 사랑으로 창조하신 성령은 혼란한 이 세상도 조용히 간섭하시고 우리의 구원에서도 은밀하게 일하신다. 내 마음, 내 가정, 내 직장에서도 사랑으로 왕래하시는 그를 환영하며 성경 위에 서 있는 선한 양심의 소리를 따라 나가자.